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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대의 글로사니즘] 무지에 매몰찬 사회 - 무식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
  • 기사등록 2025-05-26 10:14:47
  • 기사수정 2025-05-26 1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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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인상적인 영상을 하나 보았다. EBS의 이지영 강사가 가수 강남 씨에게 ‘기원 전/후’ 개념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건물 엘리베이터에 비유해 ‘1층을 기준으로 위는 기원 후, 아래는 기원 전’이라 설명하는데, 감탄이 나왔다. 역시 일타강사구나!


그 영상을 SNS에 소개하며 “비유법을 배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글을 올렸다. 하지만 댓글 반응은 다소 뜻밖이었다.

“기원 전/후도 모르다니, 무식하다.”, “학교 다닐 때 뭐 했냐?”, “부끄럽지도 않나?”

심지어 어떤 이는 “강남 같은 인간때문에 음악인들이 딴따라 소리 들으며 무시받는 거”라며 과장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가수가 역사적 연대를 모르면 노래할 자격이 없는 걸까? 기원 전후를 알아야 무대에 설 수 있고 방송도 할 수 있는 걸까? 유식과 무식 사이에 그렇게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있나? 설령 연대를 모르면 무식하다 치고. 무식하면 안 되는가? 죄라도 지었나? 진짜 문제는 ‘한 개인의 무식’이 아니라 ‘무지를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아닐까?


우리 사회는 지식과 학력을 대단히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 지식을 갖춘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구도는 단순한 우열뿐만 아니라 존재 가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무식하다’라는 말은 단순히 모른다는 차원을 넘어 그 사람 자체를 수준 낮다고 평가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게다가 우리는 ‘평균’에 대한 강박마저 있다. ‘이 정도는 다 아는 거잖아?’, ‘그건 기본이지!’라는 말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기준선이 존재한다. 누구든 그 선에 미치지 못하면 놀림감이 되거나, 배제된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지!’ 그 기준은 과연 누가 정한 것일까? 지식의 기준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지식은 언제든 배울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의 부족함을 조롱하고, 낙인을 찍는 태도다.


“수도 이름 모르면 무식한 거야?” 

과거 KBS 인기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수도 이름을 묻는 퀴즈가 나왔을 때 출연자 은지원이 한 말이다. 전 세계 수도 이름 다 외우는 사람 과연 몇이나 될까? 나라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데. 애초에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의 기준부터 물었으면 한다.

 

모르면 무식하다 욕하기 이전에 이지영 강사처럼 친절하게 비유를 덧대어 알려주면 그만인 것을. ‘틀렸다! 무식하다!’라며 단칼에 재단해버릴 필요가 있을까?

무식함을 수치로 여기는 사회. 지식이 인간성보다 우선시되는 사회. 교육의 문제도 있겠으나 사회 구조와 문화가 쌓아 올린 높은 벽이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아쉽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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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5-26 10: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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