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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책방-변지희] 진짜 공감이란, 상대의 방식과 필요를 이해하는 일
  • 기사등록 2025-05-27 11:47:53
  • 기사수정 2025-06-05 1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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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찾던 동화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해석한 뒤 메시지를 나눕니다. 감정, 공감, 소통, 배려, 관계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삶의 핵심 가치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칼럼으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공감"은 교육, 심리, 관계의 영역에서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공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을까?

진고로호 작가의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는 단순히 아이와 부모, 혹은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 동화책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개념의 본질을 짚어주는 탁월한 텍스트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 속에서 고양이 엄마는 처음에는 물고기의 방식과 본능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방식대로 물고기를 양육하려는 고양이의 모습은 때때로 우리 현실의 부모, 교사, 혹은 타인을 향한 우리의 태도를 그대로 비춘다.

그러나 결국 고양이 엄마는 물고기의 삶을 이해하고, 그 입장을 존중하게 되며, 바닷물 속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린다. 이 장면은 공감이 단순한 감정적 동일화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감에 대해 우리는 종종 오해하고 있다. 상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불쌍하다고 여기는 감정에서 그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공감은 ‘나의 기준을 내려놓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과 필요’를 중심에 두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는 감정적 동조가 아니라, 의식적인 이해의 노력이다.

 

“공감은 단순히 상대방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과 필요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공감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가 울 때 “괜찮아”라는 말보다, “지금 속상했겠다”는 말이 위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의 감정과 시선,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공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오히려 상대에겐 부담이 될 때가 있다. 당시에는 진심으로 도와준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방식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도움은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과 상황을 ‘먼저’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감동적이다. 고양이 엄마가 물고기를 물속으로 돌려보내는 순간,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진짜 이해와 배려의 순간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상대의 존재를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도움은 정말 상대에게 필요한 것인가?”

이 책은 아이에게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어른에게는 ‘내 기준을 내려놓고 타인을 존중하는 성숙한 관계 형성’을 가르쳐준다. 어린이는 ‘나도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을 중심으로 친구를 이해하려 하지만, 어른에게는 '나는 정말 상대를 존중하고 있었나'라는 자기반성과 성장이 요구된다.

 

진짜 공감은 연습이 필요하다. 나의 시선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선으로 생각하려는 시도, 상대의 방식과 감정을 존중하려는 태도. 그것이 곧 진정한 사랑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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