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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책방-최원대] 공감, 그 사람이 되어보려는 의지
  • 기사등록 2025-05-28 10: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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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찾던 동화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해석한 뒤 메시지를 나눕니다. 감정, 공감, 소통, 배려, 관계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삶의 핵심 가치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칼럼으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공감의 한 줄 정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는 감정이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인지적 공감. 타인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 정서적 공감은 타인의 기쁨, 슬픔, 고통 등의 정서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선천적으로 두 영역의 공감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경우 정서적 공감은 가능하나 인지적 공감이 힘들다. 눈치 없단 소리는 들을지언정 남을 해칠 가능성은 낮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들은 정서적 공감이 결여되어 있다. 인지적으로는 타인의 생각을 읽지만 고통과 슬픔에는 반응하지 못한다.

 

두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더라도 요즘 한국 사회는 공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혐오의 시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20년대부터 온라인 매체나 서적에서의 언급량이 급격히 늘어난 표현이다. 나와 다른 성별, 인종을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간주하고, 특정 직업은 물론 급여와 생활 수준을 가지고도 쉽게 차별한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서로 공감하는 편이 더 유리할 텐데, 대체 서로 배척하는 이유가 뭘까? 비밀은 인간의 뇌에 숨어 있다. 나와 다른 존재를 볼 때 뇌에서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이곳은 뇌간 및 시상하부와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공포 및 불안 행동에 영향을 준다. 편도체에 전기 자극을 가하면 발현되는 성향이 하나 있다. 바로 공격성이다.

여기에 집단 정체성까지 발현되면 공격성은 극대화된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유지되도록 노력한다. 집단 정체성의 작동 원리 중 하나로, 다른 집단을 구분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권의 그림책이 깊은 울림을 준다. 표영민 글, 조원희 그림의 『나는 안내견이야』는 안내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주인공은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길을 안내하는 안내견이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사회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개는 음식점에 들어오면 안 된다’, ‘무섭다’와 같은 편견에도 불구하고 안내견은 거꾸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반려인을 걱정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데 언니만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네요. 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요?”

누군가를 돕는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늘 칭찬과 존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필요에 응답하며 살아간다는 건 오히려 더 많은 오해와 차별, 외로움과 상처를 겪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견은 그저 나와 생활하는 대상에게만 마음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나는 안내견이야』는 우리가 어쩌다 길에서 마주친 적 있는, 대게 관심이 없거나, 그저 기특하다거나 혹은 입마개를 안 해 무섭다고만 여겼던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진짜 공감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 존재의 입장에서 살아보는 것임을.

 

선사시대 유골에서는 종종 부러진 다리뼈가 발견되곤 한다. 정확하게는 부러졌다 다시 붙은 뼈다. 다리뼈가 다쳤다는 건 이동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뼈가 붙었다는 건 누군가 회복할 때까지 보살폈다는 뜻이다. 치유가 되기까지 최소 수개월을 대신 사냥해 먹을 것을 주고, 안전을 지켜준 것이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인간 사회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다. 빠르게 판단하고 반응하기보다는, 한 걸음 느리게 바라보기. 나 역시 상처와 두려움, 불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어두운 면을 보려 애쓰기.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그것이 공감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며 서로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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