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샛별
말을 건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누군가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더 조심스러워진다. 말투는 어색하지 않았는지, 그 말이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아주 짧은 인사 한마디가 마음의 문을 여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글자를 모으는 소년》은 제목부터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말을 하지 못하는 한 소년이다. 그는 밤마다 하늘을 휘저으며 마을 굴뚝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그물로 잡아 유리병에 모아둔다. ‘안녕’,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들이 공기 중을 떠다니고, 소년은 그 글자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모아둔다. 말 대신, 마음을 전하는 방법인 셈이다.
소년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고, 그 마음이 닿은 순간, 조심스레 꺼낸 첫 마디는 ‘안녕’이었다. 누구에게나 쉬운 인사 같지만, 그 안에는 기다림과 용기, 그리고 마음이 담겨 있다.
교사로서 아이들과 지내며, 말 대신 ‘표정’이나 ‘눈빛’에서 오는 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을 때, 어떤 아이는 “좋아요”라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불안해 보이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끄덕이는 걸로 마음을 전한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마음이고,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말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 또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꼭 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때로는 편지로, 혹은 그림으로, 어떨 때는 그저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태도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다.
진심은 거창한 문장이 아니라, 때로는 ‘안녕’하고 수줍게 건네는 인사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로도 전달된다. 누군가의 곁에 앉아, 마음을 알아주고, 기다려주는 일. 그게 바로 진짜 소통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 역시, 누군가의 말이 다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먼저 보려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진심은 조용하게 다가온다. 그 마음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