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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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AI? 난 잘 몰라. 그래도 강의는 잘하고 있어."
많은 강사들이 이렇게 말한다. 맞다. 20년 경력의 노하우, 학생들과 쌓아온 신뢰,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 이런 것들은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학생 한 명이 조용히 말한다.
"선생님, 이거 ChatGPT가 만든 거랑 똑같아요."
그 순간 깨닫는다. AI는 이미 교실 안에 들어와 있고, 학생들은 우리보다 그 존재를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해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잘해왔다. 파워포인트 하나로도, 화이트보드 하나로도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준비한 자료가 완벽하지 않아도, 진심과 경험으로 메워왔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다르다. 과제 검색하다가 AI가 써준 답안을 본다. 유튜브에서 AI가 설명하는 강의를 듣는다. 심지어 우리가 칠판에 적은 공식을 사진 찍어서 AI에게 물어본다.
이제 "모르면 손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모르면 위험"하다.
가장 무서운 건 이런 상황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찾아서 정리한 자료를 보여줬는데, 학생이 "어? 이거 AI가 만든 글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사실 그 자료가 AI로 만든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학생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의 전문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더 심각한 건, 정말로 AI가 만든 자료를 검증 없이 그대로 쓸 때다. 틀린 정보는 그나마 나중에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대충 하는구나"라는 인식은 한 번 생기면 회복하기 어렵다.
온라인 강의 시장을 보자. 어떤 강사는 매주 새로운 카드뉴스를 올리고, 전자책을 연달아 출간하고, 뉴스레터까지 정기 발송한다.
우리는? SNS에 올릴 글 하나 쓰는 데도 한참 고민한다. 썸네일 만들려면 포토샵 켜고, 디자인 업체에 맡기고...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결국 같은 실력이어도 '보이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강의 실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요즘 학생들은 과제할 때 당연히 AI를 쓴다. 그런데 우리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AI 쓰지 마"라고? 그럼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 된다. "AI 써도 돼"라고? 그럼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AI를 모르는 선생님이 AI 시대의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도 답을 모르는 질문에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들.
아니다. AI 전문가가 되라는 게 아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마스터하라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건 '이해'다.
AI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어떤 부분에서 위험한지. 학생들이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 정도만 알아도 교실에서의 대화가 달라진다. "AI가 다 해주는데 왜 배워야 해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일주일에 한 번, ChatGPT에 강의 관련 질문을 던져보자. "경제학 원론을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라든지,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영어 문법 정리"라든지.
그 답변을 보면서 생각해보자. "이 설명이 맞나?", "우리 수업에 바로 쓸 수 있나?", "학생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I가 얼마나 똑똑한지, 또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AI는 우리를 대체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강의 자료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설명 방식을 제안해주고, 반복 작업을 덜어준다. 그러면 우리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과의 소통, 창의적인 수업 설계, 깊이 있는 피드백.
하지만 AI를 모르고 외면한다면? 학생들은 "이 선생님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다른 강사를 찾아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AI 기술이 아니라 AI 이해력이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자가 되려는 의지다.
결국 교실의 주인은 AI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