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사진=AI 생성 이미지
문서에 쓰는 시간, 왜 실력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보고서와 PPT를 만들며 “하루가 다 갔다”는 말을 하는 실무자는 여전히 많다. 문서 한 개를 마무리하기 위해 버전이 쌓이고, 회의 직전까지 슬라이드를 붙들고 있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여러 조사에서 사무직 근로자가 업무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문서 작성과 수정 같은 반복 작업에 쓴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이 많은 시간이 문서역량을 키우기보다 소모적인 노동으로 흩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서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이유는 개인의 성실함 부족보다는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같은 보고서를 여러 이름으로 저장하고, 메일과 메신저에 흩뿌린 뒤 어느 것이 최종본인지 찾느라 다시 처음부터 만드는 상황이 반복된다. 디지털 워커 상당수는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한다. 자료가 많을수록, 정작 생각을 정리할 여지는 줄어드는 역설이다.
문서 문제의 본질, ‘흩어짐’과 ‘버전 혼선’
문제의 한 축은 파일의 ‘흩어짐’이다. 정책 자료는 PDF, 회의록은 워드, 숫자는 엑셀, 발표 자료는 PPT에 나뉘어 있다. 같은 프로젝트의 자료가 폴더와 메일함, 메신저 링크에 중복 저장되면서, 사람들은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찾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어느 폴더가 최신인지, 누가 마지막으로 수정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다른 한 축은 ‘버전 혼선’이다. 팀원이 보낸 PPT를 열어 보니 작년 버전이 섞여 있고, 파일 이름에는 ‘최종’, ‘진짜최종’, ‘ver3_수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회의 시작 전부터 어떤 파일이 기준인지 확인하느라 지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엮어 내는 문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노트북LM, 문서 시스템으로 보기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구글의 AI 문서 파트너 도구 ‘노트북LM’이다. 노트북LM은 문서, PDF, 슬라이드, 웹페이지 등을 한 노트에 모아 두고, 그 자료만을 기반으로 질의응답·요약·구조화를 도와주는 도구다. 프로젝트별로 노트를 만들어 자료를 묶어 두면, 적어도 “최신본이 어디 있나”를 찾는 시간은 줄어든다.
최근 업데이트로 추가된 ‘Deep Research’ 기능은 사용자가 주제와 질문만 제시하면 웹에서 신뢰할 만한 자료를 찾아 연구 계획과 요약 보고서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구글 시트, 워드, 이미지, 드라이브 URL 등 다양한 형식까지 한 번에 다룰 수 있어, 형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고의 흐름이 끊기는 지점을 줄여 준다.
여기에 슬라이드 데크와 인포그래픽 생성 기능이 더해지면서, 문서 작업의 흐름이 보고서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이어진다. 노트에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AI가 PPT 구조와 슬라이드 개요를 만들고, 사용자는 이를 파워포인트나 구글 슬라이드로 내보내 디자인과 사례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내용을 먼저, 디자인은 나중에”라는 원칙을 도와주는 파이프라인이 도구 안에 구현되고 있다.
노트북LM+PPT, 4단계 문서역량 활용법
문서역량 관점에서 노트북LM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프로젝트별 ‘싱글 노트’를 만드는 습관이다. 보고서 초안, 기존 PPT, 정책 PDF, 통계 엑셀, 참고 기사 링크를 가리지 말고 한 노트에 모아 둔다. 버전 관리의 출발점을 파일 이름이 아니라 ‘노트 단위’로 옮기는 것이다. 이 구조만으로도 과거 논의의 맥락을 추적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둘째, Deep Research로 논점 지도를 그린다. 예를 들어 “○○ 정책의 최근 쟁점과 찬반 논거를 정리해 달라”는 요청을 던지면, 노트북LM이 관련 자료를 찾아 요약과 논점 목록을 제안한다. 사용자는 그 가운데 필요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근거만 노트에 편집해 넣고, 그 위에 조직의 입장과 전략을 덧붙인다. 검색창 앞에서 키워드를 바꾸며 서성이는 시간이 ‘근거를 선별하고 해석하는 시간’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셋째, Slide Deck 기능으로 PPT 구조부터 설계한다. 필요한 분량과 대상(임원 보고용, 교육용 등)을 지정하고 “한 슬라이드에 한 메시지만, 핵심 수치는 3개 이하” 같은 가이드를 함께 적어 주면, AI가 장 구성과 메시지 흐름을 먼저 제안한다. 사용자는 그 구조를 내보내 PPT에서 시각 요소와 조직 고유의 사례를 채우면 된다. 슬라이드 디자인에 매달리기보다 ‘이야기의 흐름’을 검토하는 데 에너지를 쓸 수 있다.
넷째, Audio Overview와 FAQ·가이드 생성을 점검 도구로 활용한다. 노트북LM이 문서와 슬라이드를 바탕으로 생성한 오디오 요약을 들으며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가”, “어디에서 질문이 생기는가”를 체크하면, 보고서의 구조적 빈틈을 발견하기 쉬워진다. 자동 생성된 FAQ나 브리핑 노트는 내부 공유용 문서로 재사용할 수 있다.
다만 Deep Research나 일부 생성 기능은 계정 유형에 따라 제한되거나 순차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실제 계정의 스튜디오 메뉴와 출력 옵션을 직접 눌러 보며, 현재 쓸 수 있는 기능 범위를 확인하는 기본 점검이 필요하다. 기술의 속도에 맞춰 조직의 보안 정책과 데이터 거버넌스를 함께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
도구를 넘어, 결국 중요한 것은 생각의 구조
결국 문서역량 강화의 핵심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생각의 구조다. 노트북LM과 PPT는 ‘생각을 꺼내어 보여 주는 그릇’에 가깝다. 초안과 자료 정리는 AI에게 맡기더라도, 무엇을 말할지, 어떤 순서로 설득할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조직은 한두 개 정기 보고서나 교육용 자료를 골라 노트 구성–Deep Research–슬라이드 생성–PPT 보완으로 이어지는 파일럿 파이프라인을 설계해 볼 수 있다. 개인 실무자는 오늘 진행 중인 업무 하나를 선택해 관련 자료를 한 노트에 모으고, “이 주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AI와 함께 반복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도구가 바꾸는 것은 손의 속도이고, 문서를 바꾸는 것은 결국 생각의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