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책 읽는 대한민국의 얼굴들의 플라이북 김준현 대표.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독서율 하락은 이제 일상적인 통계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절반을 밑돌았고,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비독서 인구 비율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도 4권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을 모두 포함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렵다.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과 ‘다른 콘텐츠 이용’이 꾸준히 상위에 오른다. 스마트폰과 영상 플랫폼이 일상의 여가 시간을 차지하면서, 책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읽고 싶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몰라 시작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독서의 출발점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을 활용해 책 선택을 돕고, 온라인에서 독자들을 연결하며, 책을 매개로 대화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독서 전용 SNS ‘플라이북’을 운영하는 김준현 대표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책을 안 읽는 건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처음 만나는 책이 어렵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독서의 출발점에 주목한다.
그에게 독서는 습관을 강요하는 일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자신의 상황과 관심사에 맞는 책을 적절한 시점에 만날 수 있다면 독서는 부담이 아닌 선택이 된다.
플라이북의 서비스 구조 역시 이 관점에서 출발했다. 개인화된 추천, 독서 기록 공유, 오프라인 공간 운영까지 모든 기능은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표는 독서율 통계를 단순한 위기 신호로 보기보다, 독서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책을 잘 몰랐던 사람이 독서 플랫폼을 만들기까지
김 대표는 스스로를 “원래 책을 즐겨 읽던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대학 시절에도, 직장 초년생 시절에도 독서는 삶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 IT 기업에서 신규 사업을 기획하며 바쁘게 일하던 시기, 우연히 회사 선배가 건넨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됐다.
그 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듯했다.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책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는 느낌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책이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같은 책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걸요.”
그 경험 이후 그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힘을 체감했다. 책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았고, 자연스럽게 관계가 깊어졌다.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이런 경험을 해야 할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공간은 있었지만, 책을 잘 모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조는 부족했다. 그는 기존 SNS의 연결 방식을 떠올렸다. 사람들이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듯, 책도 그렇게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그 발상이 플라이북의 출발점이었다. 2013년 회사를 설립하고, 2014년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몇몇 지인들과 시작한 작은 실험은, 책을 중심에 둔 플랫폼으로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 갔다.
플라이북은 김 대표에게 사업 아이템이라기보다, “나처럼 책을 잘 모르던 사람도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다.
김준현 대표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는 공간은 있었지만, 책을 잘 모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플라이북을 만들었다. 플라이북 홈페이지 장면 갈무리
■ 독서 전용 SNS, 책을 중심에 두다
플라이북 화면에는 책 이야기가 올라온다. 누군가는 인상 깊었던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누군가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짧은 소감을 남긴다. 길게 쓰는 사람도 있고, 두세 줄로 끝내는 사람도 있다. 일상 사진 대신 책 표지가 자주 보인다.
비슷한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댓글에는 “이 책 다음에 뭐 읽으셨어요?” 같은 질문이 달린다. 추천을 받으면 다시 읽고, 읽은 뒤에는 또 기록을 남긴다. 혼자 읽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닌 분위기다.
회원 가입을 하면 직업이나 관심사를 선택하게 돼 있다. 요즘 관심 있는 분야를 고르면 그에 맞는 책이 먼저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육아서가,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진로 관련 책이 추천 목록에 뜬다.
초기에는 운영진이 직접 메시지로 책을 골라 보냈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이 방식은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이용자가 고른 책과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책이 제안된다.
김 대표는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서 시작을 못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추천을 앞세웠다. 많이 읽는 사람보다, 아직 첫 권을 고르지 못한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동안 책을 읽지 않던 이용자가 정기배송을 신청하면서 한 달에 한 권씩 읽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는 처음엔 배송으로 받은 책만 읽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다.
플라이북은 독서를 오래 해온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책을 다시 집어보려는 사람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쪽에 가깝다.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공간을 확장하다
플라이북은 앱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 잠실과 경기 평택에는 ‘플라이북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와 책장이 있고, 회원이 아니어도 들어와 책을 펼칠 수 있다. 약속 장소로 쓰이기도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러 오는 사람도 있다. 앱에서 보던 책을 실제로 집어 들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도서관에도 플라이북의 서비스가 들어가 있다. ‘플라이북 AI’는 키오스크 형태로 설치돼 있다. 화면에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추천 도서 목록이 뜬다. 나이, 관심 분야, 최근 읽은 책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책이 안내된다. 대출 가능 여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 서가 앞을 서성이던 이용자들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조금 줄어든 셈이다.
김준현 대표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결국 아무것도 빌리지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고 말한다. 그래서 복잡한 기능보다, ‘결정을 도와주는 장치’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이 책을 대신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책을 고르는 과정을 조금 수월하게 만드는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오프라인 공간으로 이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앱에서 남긴 기록과 대화가 실제 공간으로 이어질 때, 책은 화면 속 정보가 아니라 한 번 더 손에 잡히는 경험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글로벌 독서 공동체’
플라이북은 현재 앱 안에서 모임 기능과 대화 기능을 손보고 있다. 독서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조금 더 편해지도록 구조를 다듬는 중이다. 책을 읽은 뒤 각자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질문을 남기고 답을 듣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작은 만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책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를 조금 더 자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오프라인 공간 역시 천천히 늘려갈 계획이다.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는, 실제로 사람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는 쪽에 가깝다.
해외 확장에 대해서도 거창하지 않은 진솔한 태도로 접근한다. 이미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용자들이 있고, 한국 책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독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언어가 다른 독자들도 한 공간에서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구상이다.
김준현 대표는 책의 역할을 크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한다.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사람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는 그 대화가 이어지는 장면을 오래 보고 싶다고 말한다.
■ 읽는 사람에서, 이끄는 사람으로
김준현 대표는 자신을 독서 전문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책 한 권이 생각을 바꿔 놓았던 경험을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책을 잘 읽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책을 다시 펼치게 만드는 쪽에 마음을 둔다.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사람이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다음 책을 스스로 고르는 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플라이북은 거창한 계획으로 시작한 서비스가 아니다. 책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신이 겪은 변화를 다른 사람도 겪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독서를 둘러싼 숫자들은 해마다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책을 고르고, 읽고, 기록한다. 김 대표는 그 장면을 조금 더 자주 만들어 보려 한다.
읽는 사람으로 시작한 그의 일은 이제 많은 사람의 첫 책을 고르는 순간에 함께하고 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다음 책을 고민하는 한 사람 곁에 서 있는 쪽을 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