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영
사진 : 교보문고
[대한민국명강사신문 장선영 기자]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며 ‘사람’과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쌓아온 박상미 교수가 인간관계 철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아돌프 크니게의 『우리가 타인을 마주할 때(Über den Umgang mit Menschen)』를 국내 최초로 무삭제 완역하여 출간했다. 이번 완역은 단순한 번역 작업이 아닌, 시대를 초월한 사유와 성찰을 현대적 언어로 되살린 고전의 재탄생이다.
박상미 교수는 “강의하는 사람으로 살다보니, 매일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23년 봄부터 책 집필을 멈추고 논문쓰기와 번역에만 전념해왔다”고 전한다. 박 교수가 20대 시절 독일 유학 중 우연히 만난 이 책은, 강의와 상담, 연구의 길을 걸어오며 삶의 방향을 다듬는 데 수시로 꺼내 읽었던 인생의 동반자였다. 수년간 번역을 준비해온 그는 마침내 2025년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고전 한 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사람이 가장 어렵다”는 진실 앞에 놓인 실천적 철학서
『우리가 타인을 마주할 때』는 단순한 처세술이나 예절서가 아니다. 이 책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태어난 실천 철학자 아돌프 크니게가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평생 고민하며 써 내려간, 관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의 대답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저자 크니게가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 미숙함을 발판 삼아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태도와 시선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탐구했다는 점이다.
그가 남긴 문장들은 25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도 전혀 낡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관계의 속도가 감정을 앞지르는 오늘날, 이 고전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박상미 교수는 이 책의 철학이 지금 한국 사회의 가족, 직장, 조직, 공동체를 관통하며 관계 회복의 열쇠를 제시한다고 강조한다.
3부 구성으로 모든 관계를 아우르다 – 고전의 체계와 실용성의 조화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독립된 주제이자 동시에 인간관계라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축이다.
제1부는 ‘인간관계의 원칙’을 다루며,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부터 기질이 다른 사람과의 공존법까지 삶의 근간을 이루는 내적 태도와 기본 규율을 조명한다. 제2부는 세대, 가족, 부부, 연인, 친구, 이웃 등 일상 속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겪는 현실적 고민을 풀어낸다. 특히 "가까워서 어렵고, 사랑해서 복잡한" 가족 관계나, "존중과 이해로 함께 걸어가야 하는" 부부 관계에 대한 세심한 통찰은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침이 된다.
제3부는 사회적 지형 속 관계들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부자, 사회적 약자, 권력자, 성직자, 학자와 예술가, 전문직군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물론, 인간과 동물, 작가와 독자라는 상징적 관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각 장은 마치 ‘한 시대를 초월한 관계 사전’처럼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비춰보며 읽어내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치유의 언어
박 교수는 “사람이 좋아서 다가갔다가도, 관계가 어려워 다시 물러서는 일이 반복된다”고 고백하며, “이 책을 번역하며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결국 ‘인간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성찰을 독자들에게 건넨다.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 필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관계는 배움의 산물이라는 진실을 차근차근 설득해 나간다.
이 책은 박상미 교수가 번역한 최초의 고전이지만, 그간 그가 강연과 집필을 통해 쌓아온 관계 심리학적 통찰과도 깊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인간의 감정과 태도, 그리고 실천의 힘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각 장마다 생생하게 녹아 있다.
이 책은 단지 한 시대의 철학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의 관계를 다시 묻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관계 앞에 자주 무너졌던 이들, 혹은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명강사’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책 제목: 우리가 타인을 마주할 때
🖋️ 지은이: 아돌프 크니게
🗣️ 옮긴이: 박상미
📖 출판사: 뜨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