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소설가, 뮤지컬 작가, 작사가,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출판사 대표인 유주애 작가. 사진제공=더나은 책방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쓰고, 노래하고, 전합니다.”
소설가, 뮤지컬 작가, 작사가,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출판사 대표까지. 하나의 직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 유주애 작가.
그녀는 ‘창작’을 자신의 삶 전체로 살아내며, 글과 음악, 무대와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창의적 전달자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드라마 시나리오 과정을 수료한 것을 시작으로, 유 작가는 ‘말’과 ‘이야기’의 힘을 믿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왔다.
유주애 작가는 창작의 시작과 끝이 언제나 “사람에게 닿는 이야기”였다고 말한다. 처음엔 웹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작곡을 배우면서 음악극의 매력에 빠졌고, 이후 뮤지컬 『개구리 왕자와 콩쥐팥쥐』, 『옥루』, 『도토리 아저씨』, 『책 속에 갇힌 고양이』 등을 통해 9년째 창작 뮤지컬을 집필 중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 무대, 음악, 공연까지 연결하는 복합콘텐츠 기획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는 작사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2024년 통일로가요제 대상,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수상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동요와 시립합창단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작사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무대가 멈추자, 그는 글의 장르를 ‘소설’로 전환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SF 미스터리 장편 『절벽에 세운 집』이다.
『절벽에 세운 집』은 가까운 미래, 기술이 발전한 2049년을 배경으로 기록강박증을 가진 발명가 ‘한기록’과 모든 기억을 자동으로 떠올리는 과잉기억증후군 소년 ‘선우기억’이 만나, 서로의 내면을 비추고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그린 심리 미스터리 성장소설이다. 두 인물은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방식으로 과거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며, 독자는 이들이 서로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껴안을 때 어떤 치유가 일어나는지를 깊이 있게 따라가게 된다.
작품의 원형은 2014년, 유 작가가 한국방송작가협회 시나리오 수업에서 처음 구상한 단막극 『당신의 기록』이었다. ‘기록한다’는 행위에 집착하는 주인공 한강(현재의 ‘한기록’)과 기억을 강제로 저장하게 되는 아이 이재민 사이의 긴장과 변화는, 10년의 시간을 거치며 소설로 재탄생했고, 그 안에 훨씬 더 입체적이며 복합적인 인간의 심리와 철학적 질문들이 담기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절벽 끝에 서는 순간이 있어요. 하지만 절벽은 반드시 추락을 의미하지 않죠. 때로는 그곳에서 날개를 펼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문장은 단지 주제 의식이 아니라, 작가 유주애 본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절벽에 세운 집』을 집필하던 시기, 둘째 오빠가 담도암 4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마주해야 했던 죽음의 그림자, 잊고 싶은 기억과 반드시 남기고 싶은 순간 사이의 감정들, 그리고 언젠가는 이별해야 하는 존재와의 마지막 여정을 글로 옮기며,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절벽을 견디고 있었다.
“『절벽에 세운 집』은 저에게 있어 소설 그 이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지키지 못했던 죄책감, 놓아야 하는 두려움, 그래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이 모두 들어 있죠.”
결국 이 작품은 트라우마와 상실, 용서와 성장을 다룬다. 단순히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고 견디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작가의 현실과 연결되며, 작품에 담긴 정서적 밀도와 메시지를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든다.
『절벽에 세운 집』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기억과 기록, 무엇이 더 중요한가?”
“과거는 지워야 하는가, 껴안아야 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엔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절벽에 서 있는 당신, 괜찮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날개를 배웁니다.”
유주애 작가의『절벽에 세운 집』은 트라우마와 상실, 용서와 성장을 다룬다. 단순히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고 견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진제공=더나은 책방
유주애 작가는 자신을 단순히 ‘창작자’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스토리 경영자’이자 ‘메시지 설계자’로 설명한다. 이야기의 내용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에게 닿고, 어떻게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지까지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주도하는 창작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직접 설립한 출판사 ‘바다주’는 그 상징적인 출발점이다. ‘이야기가 흐르는 바다, 그 속의 진주’, 그리고 ‘내 이야기를 바다주(받아주)세요’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 바다주는, 단순히 출판사를 넘어 작가가 자신의 서사를 온전히 주도하는 독립 플랫폼이다. 그녀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편집자, 기획자, 디자이너, 브랜드 운영자로서 콘텐츠의 전 생애 주기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고 있다.
“창작자는 시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말하는 것을 넘어, 그 메시지가 어떻게 도달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진짜 전달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철학은 그녀의 작품 제작 과정 전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지 책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OST를 직접 작곡해 ‘선우기억’이라는 인물의 목소리로 앨범을 내고, 실제 피아노 연주와 함께하는 북콘서트를 연출하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트라우마·치유의 메시지를 강연과 심리 콘텐츠로 확장하는 일까지. 그녀는 이야기의 ‘형식’을 다변화하고, ‘경험’을 입체화하며, 문학·음악·공연·강연을 넘나드는 융합형 콘텐츠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이야기의 소비 방식’까지 설계하는 스토리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그녀는 콘텐츠를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브랜드화된 메시지로 재정의한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 공감과 사유를 중심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입니다. 그 말이 오래 남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전달 방식도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하죠.”
그녀가 말하는 창작은 결국 하나의 경영 전략이자 문화적 실천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 그리고 전하고 싶은 ‘의미’가 있다.
작가는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라고, 그 말이 오래 남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전달 방식도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유주애 작가. 사진제공=더나은 책방
현재 그녀는 장편소설 『절벽에 세운 집』 2권의 집필에 한창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의 확장을 넘어, 문학·음악·치유의 메시지를 하나로 아우르는 융복합 콘텐츠로 성장 중이다. 2권에 함께 수록될 OST 『푸르르게 빛나길』은 작가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소설 속 피아니스트 ‘선우기억’이 연주한 음악이라는 설정으로 구성된다. 그녀는 음악과 서사의 경계를 허물며, 청각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독서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가 삶의 슬픔마저도 콘텐츠로 승화시키는 태도이다. 유 작가는 둘째 오빠와 함께 집필하려던 에세이 『담대한 길 담도』를 혼자서 완성해가고 있다. 담도암 4기라는 치명적인 진단을 받고도 끝까지 믿음을 지켰던 오빠의 기록은, 이제 유 작가의 손을 거쳐 희망과 용기, 그리고 신앙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치유는 단지 병을 고치는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경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이 되는 일이라고 믿어요.”
『담대한 길 담도』는 단순한 의학적 기록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간답게 살아가려 했던 한 사람의 정신적 여정을 담은 콘텐츠이다. 그녀는 이 책이 희귀암 환우들과 가족들, 그리고 사명을 붙들고 사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문학적 상상력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E-book으로 사랑받았던 로맨스 소설 『지하철 로맨스』는 개정판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해당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나의 연애코치』 또한 소설화되어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할 예정이다. 이는 사랑과 관계, 소통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며 현대인의 정서적 성장과 회복을 이끄는 이야기로 기획되었다.
더불어 설화를 기반으로 저작권의 중요성을 쉽게 전달하는 어린이 동화 『각시바우 천년의 사랑』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닌, 창작의 권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 콘텐츠로, 이 작품은 뮤지컬로의 확장까지 고려된 다층적 창작 프로젝트다.
유 작가의 이 모든 행보는 하나로 귀결된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세상을 변화시킨다.”
창작과 교육, 음악과 메시지, 강연과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그녀의 활동은, 바로 ‘자기 삶을 경영하는 창작자’의 살아있는 롤모델이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은, 결국 스스로 성장하고 타인을 비추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따뜻한 리더십’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삶을 배우고, 실패를 껴안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사람. 유주애 작가는 단지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살아내는 사람’이다. 사진제공=더나은 책방
“대표작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도 그 작품을 향해 진심을 다해 쓰고 있다는 것이죠.”
히가시노 게이고 특별전을 본 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스물몇 살의 유주애.
그녀는 회사를 나와 글을 쓰고, 무대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길을 열어왔다. 그리고 지금, 그 모든 선택은 ‘후회 없는 삶’이라는 좌우명을 향해 모이고 있다.
삶을 배우고, 실패를 껴안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사람. 유주애 작가는 단지 이야기를 ‘창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살아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