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샛별
“왜 내 거랑 다르죠?” “나는 그거 말고 더 큰 거 갖고 싶어요.” “이건 마음에 안 들어요.”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이런 말들을 종종 듣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이 받은 것을 보고 실망하고, 누군가는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끝까지 고른다. 그럴 때면 “지금 가진 걸로도 충분해”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오곤 한다. 하지만 정말 충분하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가진 것에 만족하고 불평하지 않아요!』는 어린이 눈높이에서 배려와 만족이라는 주제를 가볍고도 따뜻하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처음엔 모든 걸 갖고 싶어 한다. 더 크고, 더 예쁘고, 더 눈에 띄는 것을.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무조건 많이 갖는다고 해서 더 행복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양보하고 나누는 선택이 오히려 관계를 더 즐겁게 만든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전하는 ‘배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을 위해 나를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누리는 것 중 일부를 기꺼이 나누는 마음에 더 가깝다.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 그 작은 실천이 배려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중요한 건 이 책이 아이들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욕심을 부정하지도, 감정을 억누르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바라는 것과 이미 가진 것 사이의 균형을 바라보는 시선을 키워준다. 그리고 그 시선이 조금씩 넓어질 때, 아이는 타인의 마음도 함께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교실에서도 자주 마주하는 장면들이 있다. 먼저 하려고 줄을 바짝 서는 아이, 친구보다 적은 걸 받았다고 속상해하는 아이, 내 것이 아니면 화가 나는 아이. 그럴 때 나는 자주 묻는다. “지금 너는 무엇을 가졌니?” “그걸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지 물건을 나누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감정, 기회, 공간, 시선을 잠시 멈춰보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묻는 것이다. 아이들은 처음엔 서툴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달라진다. 조용히 기다려주고,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작은 양보를 할 줄 안다. 그 변화는 단순한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배려라는 감정의 발달이다.
우리 사회는 늘 ‘더 많이’와 ‘더 앞선 것’을 향해 달린다. 그 속에서 나눔과 배려는 뒤로 밀리기 쉽다. 하지만 지금 내 몫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아이, 다른 사람도 나처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배려를 의무가 아닌 자연스러운 태도로 받아들인다. 배려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이 정도면 됐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 ‘나도 괜찮고, 너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용기다. 그런 태도가 쌓일 때, 우리는 진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