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희
배려는 참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막상 “배려가 뭘까?” 하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냥 누군가를 도와주는 거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배려는 그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은 그 배려의 마음을 아주 조용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친구가 없는 조용한 아이 동동이. 어느 날, 동네 구멍가게에서 우연히 알사탕을 하나 사게 된다. 그런데 이 사탕은 마법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탕을 먹으면 동동이는 사람이나 동물, 심지어 가구의 속마음까지 들을 수 있게 된다.
사탕을 하나씩 먹을 때마다 동동이는 몰랐던 진심을 알게 된다. 항상 짖기만 하던 강아지의 속마음, 조용히 앉아 있던 소파의 외로움, 돌아가신 할머니의 따뜻한 그리움, 그리고 아빠의 잔소리 속에 숨겨진 "사랑해"라는 말까지.
동동이는 마음의 소리를 들은 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말없이 있었던 존재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진정한 배려를 알게 된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려는 것. 나와 다르게 보이고, 조용히 있는 존재들까지도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주는 것.
동동이는 더이상 마법의 사탕 없이도,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를 낸다. “그럼 내가 말하지 뭐. 나랑 같이 놀래?” 이 한마디는 배려의 또 다른 모습이다.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는 것.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것.
동화 『알사탕』은 배려가 거창한 행동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마음을 들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마음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하는 행동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는 힘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다정함과 이해의 자세를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말, 들리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 그것을 듣는 순간, 진짜 배려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