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최원대의 글로사니즘] 글쓰기 교육 후진국 대한민국 - 글쓰기 교육하는 작가와 강사들이 삼가야 할 말
  • 기사등록 2025-03-10 11:33:15
  • 기사수정 2025-03-10 11:33:39
기사수정

▷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한민국명강사신문 최원대 칼럼니스트] 


글 잘 쓰는 방법을 물으면 대부분은 다음 세 가지를 권한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송나라 문인 구양수가 말한 이 방법이 4차산업혁명시대라는 지금까지도 마치 유일한 왕도이자 정석처럼 전해지고 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기능을 숙달하기 위해 경험과 반복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삼다(三多)가 글쓰기 교육을 망치고 있다. 교육열만큼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민국이지만 글쓰기 교육은 여전히 후진국인 이유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조언은 글 한번 써본 적 없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글밥 먹고 사는 작가들조차 이렇게 강의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가 말하니 일단은 책도 읽어보고, 열심히 써보기도 한다. 그러나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대부분은 낙담하고 만다. 역시 글쓰기는 재능이구나, 작가 역량은 타고나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포기한다. 미련도 남지 않는다. 열심히 해봤으니까.


수영을 배우러 갔더니 강사가 이렇게 말한다.

“일단 물에 들어가세요. 물 안에서 혼자 허우적대다 보면 당신도 언젠가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리고 저기 선수들 보이시죠? 어떻게 하나 많이 봐두세요. 그러면 실력이 늘 겁니다.”

과연 될까? 물론 그렇게 해도 곧잘 배우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걸 재능이라 부른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바로 천재다.


하지만 문장 감각을 타고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어떨까?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재밌다’고는 느끼지만 대체 왜 재밌는지 원리를 알지 못한다. 작가들은 말한다. 자신이 쓴 글을 여러 번 들여다보라고. 자꾸 수정해야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가르쳐 본 적이 없으니 하는 소리다.


“아무리 봐도 어디를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게 현실이다. 애초에 어디가 어색한지를 모른다.


혼자서 배우고 익혀 누구나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기술서들은 필요가 사라진다. 문예창작학과는 대체 왜 존재하며, 글쓰기 기술을 다룬 그 많은 책들은 무슨 목적으로 출간했나.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 는다는데.


다독, 다작을 강조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글 감각을 타고난 이들이다. 자신은 그렇게 해서 성취를 이뤘으니 당연히 남들도 그게 될 거라 여긴다. 감각을 타고나지 못한 이들을 당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배움의 당사자가 스스로 노력 부족이라 여기니 강사들은 늘 면죄부를 얻는다. 누구도 강사의 자질을 탓하지 않으니 발전이 없다.


미국에서는 글쓰기 교육에 대한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국제 협회도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성과 중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 하버드대학교에서 가르친다는 글쓰기 방식이다.


의견(opinion), 이유(reason), 예시(example), 다시 의견(opinion)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이 템플릿에 맞춰 내용을 끼워넣기만 하면 누구나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앞 글자를 따 오레오(OREO) 글쓰기라 불린다.


미국에서 이런 공식들을 만들어 학교에서 가르치는 동안 우리나라는 여전히 ‘글은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해’라는 주장만 펼치고 있다. 그것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다시 말하지만 다독과 다작이 실력 향상에 전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기초체력, 특히 근력을 높여주는 필수 훈련에 속한다. 많이 읽고 쓰고, 또 생각해야 문장에 힘이 생기고 길게 이어나갈 체력이 길러진다. 다만, 기본기나 요령 없이 무턱대고 따라 하기만 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어느 분야나 제대로 교육받고 노력하면 성취를 달성할 수 있다. 물론 글쓰기도 그렇다. 누구나 제대로 된 훈련만 받으면 어지간한 작가 못지않은 문장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많이 읽고 써보는 수밖에 없다는 구태의연하고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3-10 11:33:15
포토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제3기 백두산부대 독서경영대학 7월 9일 개강 소식
  •  기사 이미지 연천군, ‘제8기 열쇠부대 독서경영대학’ 개강 소식
  •  기사 이미지 제3회 한국독서경영학회 독서경영비전포럼 박상미 교수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