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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대의 글로사니즘] 포기의 미덕, 독기의 힘 - 재능 없는 자를 위한 길찾기
  • 기사등록 2025-04-07 10:08:00
  • 기사수정 2025-04-21 10: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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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대한민국명강사신문=최원대 ]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모두 다 시(詩)를 쓸 순 없다. 하물며 24시간 노력한다 하더라도. 시는 타고나야만 한다.”

1년간의 긴 학부 생활을 마친 스물한 살. 마침내 문예창작학과생이 된 첫날, 첫 수업 시간에 이성복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시를 쓰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문예창작학과에 왔고, 여기 아니었으면 애초에 대학 갈 마음도 없었다. 전공 수업 들을 생각에 학부 생활 1년이 얼마나 길고 지루했는지 모른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는데 첫 마디가 ‘노력해도 안 된다’라니.


졸업 후 어느 영어 교육회사 영업부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내 손으로 두 사람을 해고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은 성실했으나 실적이 부진했고, 또 한 사람은 실적에 태도마저 불성실했다. 둘 다 부족한 사람을 내보내자니 명분상 실적만 나쁜 사람도 대상이 되어야 했다.

 

나와 정반대의 선택을 한 사람도 있다.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는 박 대표는 직원들이 업무에 서툴러도, 고객사에 큰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 먼저 해고하는 법이 없다. 결국 광고주들이 박 대표를 먼저 해고했다. 광고주 잃은 대행사는 반년을 채 못 버텼다.

 

어느 조직이나 재능 없는 사람이 있다. 부족한 게 아니라 재능이 아예 안 보이는 사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된다고? 없던 재능이 싹을 틔워 무려 꽃까지 피울 거라고? 글쎄.

노력해도 안 되는 직원이 없는 재능 끌어다 삽질하는 동안 피해는 애먼 사람에게 돌아간다. 사업가들 중엔 어렵게 빚내어 사업 시작한 분들이 많다. 큰 비용을 들여 광고 대행을 맡기는 자체도 어렵고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그런데, 재능 없는 초보가 일을 맡는다고? 광고주가 왜 초보의 성장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

 

내 손으로 해고했던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소식을 수년이 지나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해고 이후 진로를 틀어 지금은 그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다 시를 쓸 수는 없다."

이 말에 거꾸로 오기가 생긴 친구들이 많았다. 나를 비롯해서. 교수님 말 한마디에 시작하자마자 포기한 이들도 있다. 동기 중 절반이 그랬고, 다들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았다. 남은 이들은 어금니 꽉 깨물고 기어이 문예창작학과 졸업장을 받았다. 나는 문창과 교수가 되었고, 동기 중에는 소설가와 방송작가를 비롯해 글밥 먹고 사는 친구들이 꽤 많다.

 

그저 열심히 해보라는 말은 때때로 무책임한 조언이 될 수 있다. 열심히만 하면, 내가 노력만 하면 언젠가 잘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잘 되면 다행이지만 노력, 아니 노오오력을 해도 끝끝내 성취를 못 이룰 수도 있다.


그동안 같이 고생했는데 어떻게 해고하냐고? 매정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다른 분야에서 얼마든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을, 언젠가 잘될 거라며 희망을 주며 붙들어놓는 건 어떻고?

재능이 없어 보인다면 때로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슬쩍 등 떠밀어 주는 것도 선배, 대표, 인사 담당자의 역할 아닌가 싶다.


재능이 없어 보일 땐 다른 길을 제안하는 것도 배려다. 하지만 어떤 이는 포기하란 말에 오히려 독기를 품고 끝까지 달려든다. 그런 태도를 가진 이는 기어이 성취를 이룬다. 부족한 재능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란 말 한마디에 쉽게 손 놔버리는 이가 설마 재능이 있었다 한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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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4-07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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