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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를 위한 AI와 글쓰기] AI가 바꿔놓은 교육, 교육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 기사등록 2025-06-09 12: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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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Pixabay, ⓒcongerdesign        


[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AI 시대의 교육 글쓰기: 표절인가, 학습도구인가?

어느 대학 강의실, 교수는 한 편의 에세이를 읽고 눈을 의심했다. 단어 선택은 유려했고, 문장 구성도 흠잡을 데 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글 전체가 마치 전문 작가의 글처럼 매끄러웠다. 결국 학생에게 확인한 결과, AI를 활용해 초안을 만들고 일부 다듬은 글이었다. 교수는 고민에 빠졌다. 이것을 표절로 봐야 할까, 아니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학습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까.


혼란에 빠진 교육 현장

생성형 AI의 등장은 교육 현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중에서도 글쓰기 교육은 가장 먼저, 가장 깊은 영향을 받은 분야다. 기존의 글쓰기 평가는 학생 개인의 사고력, 논리 구성, 문장 표현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AI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등장했다.

전통적인 글쓰기 교육은 '직접 생각하고, 구성하고, 표현하라'는 원칙을 중심에 두었다. 표절은 이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되었고, 윤리적 제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기존 자료를 조합하거나 일부만 바꾸는 방식으로 과제를 완성해왔다.

이런 환경에 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이제 학생은 간단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완성도 높은 글을 얻게 된다. 문법도 맞고, 구조도 탄탄하고, 심지어 논리도 깔끔하다. 오히려 인간이 직접 쓴 것보다 더 나은 글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관점들

학생들은 AI를 학습의 도구로 본다. 특히 글쓰기 초안을 구성하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대부분은 "처음 시작할 때 막막함을 해결해 준다"고 말한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그 도움의 범위가 '참고'에서 '대필'로 넘어가 버린다는 데 있다.

교사들은 당황스럽다. AI가 글을 도와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평가 시스템은 여전히 '학생 개인의 창작'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개입이 늘어날수록 교사는 점점 더 내용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교육 철학자들에게 이 문제는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창작이란 무엇인가. 오직 머릿속에서부터 시작된 순수한 결과만을 창작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도구를 활용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도 창작으로 봐야 하는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

이미 많은 교육 현장에서 AI는 쓰이고 있다. 금지한다고 해서 사용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금지를 뚫는 새로운 방법을 고심하는 에너지만 나가지 않을까. 지금 여전히 시작이라는 AI의 위협에 우리는 질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핵심은 금지와 허용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있다.


AI는 글쓰기 초기 단계에서 유용하다. 아이디어 정리, 문장 구조 설계, 표현력 개선 등에서 강력한 도구가 된다. 특히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글쓰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반면, 표절과 창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비판적 사고력이 약화된다는 우려도 있다. AI가 구조를 짜주고, 논리를 세워주면 학생은 결과물만 확인하게 된다. 이런 방식은 결국 사고력 교육이 아닌, 결과물 중심 교육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해법은 하나다. AI 활용을 전제로 한 새로운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초안은 AI를 사용하되 최종 제출은 수업 시간에 직접 작성하게 하거나, AI 사용 내역을 함께 제출하게 하는 방식 등이다. AI를 활용하되, 그 흔적과 과정, 그리고 학생 자신의 판단이 담긴 글을 평가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을 되묻다

생성형 AI는 이제 교육 글쓰기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AI가 만든 글은 초안일 뿐, 최종본이 아니다. 이 초안은 때로 아주 그럴듯하지만, 학생이 진짜로 사고하고 판단한 흔적은 담기 어렵다. 그래서 교육자는 물어야 한다. 이 글이 학생의 어떤 사고에서 시작되었는가를. 또한, AI가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오히려 잘 쓰면 막막함을 뚫어주는 강력한 글쓰기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마치 비서나 신입 사원이 초안을 작성하고, 마지막 판단은 팀장이 내리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학생은 작가이고, AI는 비서여야 한다. 


교육은 기술보다 앞서야 한다. 기술이 글을 대신 쓸 수 있어도, 생각은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AI를 학습 비서로 활용하되, 검토와 비판적 사고는 반드시 학생 자신의 몫이다. 교사는 AI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의 생각이 담긴 흔적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교육기관은 'AI 활용 글쓰기 윤리'를 새롭게 정의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 교육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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