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사람을 향한 애정과 배려, 그리고 책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야기하는 강사가 있다. 영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평생교육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황의순 강사다. 그는 평생학습을 통해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의 건강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길에 그림책이 놓여 있다고 말한다.
아이의 마음을 여는 첫 번째 열쇠
황의순 강사는 그림책을 단순한 읽을거리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책은 마음을 열고 닫는 문 앞에 놓인 '첫 번째 열쇠'다. 글보다 먼저 감정을 건드리는 이미지, 짧지만 깊은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언어는 그림책만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그는 이 열쇠를 통해 아이들의 굳게 닫힌 마음을 서서히 풀어낸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프로그램은 방과 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지원 정책이지만, 황 강사는 여기에 '정서 회복'이라는 숨은 목표를 더한다. 그는 매 수업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그 속에서 등장인물의 감정을 상상해 보고,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는 시간을 가진다. 놀이와 창작, 몸짓 활동이 결합된 수업은 아이들에게 ‘재미’로 다가가지만, 그 안에는 ‘회복’이라는 깊은 층위가 숨어 있다.
한 아이는 수업 마지막 날 이렇게 말했다.
“책을 싫어했는데, 선생님이랑 같이 읽고 놀다 보니까 책이 좋아졌어요. 집에도 책을 가져가서 읽었어요.”
또 다른 아이는 자신이 읽었던 그림책을 집에서도 다시 읽고 싶다고 말해, 황 강사가 그 책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그 작은 선물은 책에 대한 경험이 단순히 수업을 넘어, 삶의 한 장면이 되도록 도운 셈이었다.
황 강사는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정서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그림책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찾아낸다"고 말한다. 불안한 감정, 외로움, 질투, 좌절과 같은 감정도 이야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다뤄지고, 아이는 그 안에서 ‘이건 나랑 비슷한 감정이야’라는 연결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무엇보다 황 강사가 그림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존중'이다. 그는 “한 사람에게 받은 깊은 존중과 사랑은 평생을 살아낼 힘이 된다”고 믿는다. 수업 시간에 아이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언제나 일관되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자신의 아이처럼 대하며, “나의 아이도 누군가에게 잘 보살핌을 받을 거야”라는 믿음을 품고 수업에 임한다. 이런 마음은 결국 학생에게도 전해져, 관계의 회복과 자존감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책은 말보다 깊고, 놀이보다 안전하다. 황 강사의 손에 들린 그림책 한 권은 그래서 언제나 아이의 마음으로 가는 가장 다정한 길이 된다.
황 강사는 그림책을 통해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한 사람에게 받은 깊은 존중과 사랑은 평생을 살아낼 힘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하는 사랑의 힘
강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황의순 강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동센터에서 진행된 수업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수업 내내 교사의 말에 반항하거나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정서적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아이였지만, 황 강사는 단 한 번도 그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너는 소중한 존재야."
그는 매 시간마다 진심 어린 말과 따뜻한 시선을 건넸다. 아이가 교실 밖으로 나가도 조용히 따라가 마음을 다독였고, 예쁜 편지지에 아이만을 위한 격려의 문장을 써서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아이가 무표정하게 앉아 있어도, 황 강사는 기다렸다. 아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렇게 3개월이 흐른 어느 날, 아이는 황 강사에게 조심스럽게 작은 종이를 건넸다. “사랑해요 선생님”이라는 말과 함께, 삐뚤빼뚤하지만 정성껏 쓴 글씨와 하트가 그려진 편지였다. 수업 중간중간 고개를 숙였던 아이가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고, 친구를 향한 공격적인 말 대신 작은 미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황 강사는 말했다. “그 아이가 달라진 건, 저의 교육 방법이 특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변함없는 시선, 따뜻한 말 한마디, 관심을 놓지 않는 마음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느끼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요.”
‘변화는 작은 신뢰에서 시작된다.’
황 강사의 말은 단순한 교육 철학을 넘어, 사람을 대하는 그의 방식 그 자체였다. 아이 한 명을 온전히 품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교육이 갖는 가장 깊은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림책을 읽고 독후 활동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작업을 해 보면서 그림책으로 알게된 메시지를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신뢰의 바탕이 된다.
책이 전하는 삶의 방향, 그리고 나를 비추는 거울
황의순 강사가 인생책으로 꼽은 책들은 단지 좋은 책이 아닌, 그의 삶과 강의 방향을 바꾼 나침반이었다. 각각의 책은 평생학습자이자 교육자로서, 또 한 사람의 인생 선배로서 그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주었다.
그가 첫 번째로 소개한 책은 김정진 저자의 『세계 최고령 기업의 비밀』이다. 이 책은 무려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 기업 ‘곤고구미’와 같은 장수 기업들의 철학과 운영방식을 분석한다. 황 강사는 이 책을 통해 단지 ‘오래 버티는 법’이 아닌, 조직을 존속시키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의 본질을 마주했다고 말한다. 기업의 오랜 생존 배경에는 이익보다 ‘신뢰’와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그는 개인의 자기경영에도 지속가능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되새기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도전정신, 끈기, 최선, 공동체적 의지’ 같은 키워드가 스스로의 교육 철학과 겹쳐졌다고 한다.
두 번째 책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다. 이 책은 100세 철학자가 들려주는 인생 후반의 태도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황 강사에게는 물질 중심의 가치관을 다시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김형석 교수는 책에서 반복해서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사랑과 배움이야말로 인간을 성장시키는 힘이다”라고 말한다. 황 강사는 이 문장을 읽고, 늘 마음속에 있던 ‘가난에 대한 두려움’과 ‘돈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회상한다. “내가 진짜 추구해야 할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그는 돈보다 ‘관계, 성찰,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손에 쥐게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로 소개한 책은 김재환 작가가 기획하고, 주리 작가가 그림을 그린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다. 다큐멘터리 <일용한 위로>의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배움으로 삶을 다시 쓰는 시니어 여성들의 유쾌하고도 진지한 일상을 담고 있다. 황 강사는 이 책의 배경이 된 다큐멘터리를 친정어머니와 함께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주인공 할머니들은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고, 손주에게 편지를 쓰며, 생활기록부를 처음 써보며 웃고 우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황 강사는 “이건 단순한 노년의 일상이 아니라, 평생학습의 본질 그 자체”라고 말한다. “글을 안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는 힘이다”라는 작가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황 강사는 이 책을 통해 ‘글을 아는 것’이야말로 정서적 자립과 사회적 소통의 첫걸음임을 다시 깨달았고, 나아가 ‘문해교육’이라는 주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가 사랑하는 책 세 권은 결국 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황의순 강사가 인생책으로 꼽은 책, 『세계 최고령 기업의 비밀』, 『백년을 살아보니』,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이다.
“배움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회복시키며, 인생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는 책을 통해 성장했고, 그 성장의 경험을 교육 현장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황의순 강사에게 책이란, 그 자체로 삶이고, 길이며,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사랑이다.
그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며, 현재는 자신의 삶을 반영한 성찰 에세이를 준비 중이다. 글을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황의순 강사의 궁극적인 비전은 명확하다. “평생배움의 관점에서, 독서와 만난 학습은 내 인생을 단단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사람들과 나누고 협력하며 살고 싶다.”라는 말에서 강사의 진정성과 따뜻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세대를 아우르며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황의순 강사. 그가 전하는 그림책 한 권의 힘, 사랑 한 줌의 기적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다.
책을 통해 성장했고, 그 성장의 경험을 교육 현장에서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황의순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