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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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생성형 AI가 일상적으로 글을 쓰는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GPT를 통해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과제를 작성한다. 문법도 완벽하고, 맞춤법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글을 읽은 독자는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겉보기에 흠잡을 데 없는 글이 왜 이렇게 심심하게 느껴질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문체가 기계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직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다.
AI 문체를 분석하는 대표적인 방법론으로는 '복잡성 지수'와 '변동성 지수'라는 두 가지 통계 지표가 있다. 복잡성 지수는 다음 단어를 얼마나 예측하기 쉬운지를 측정한다. AI가 쓴 문장은 대체로 이 수치가 낮다. AI는 학습한 수많은 문서 중 가장 확률이 높은 단어 조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의 글은 돌발적이고 창의적인 표현이 많아 예측이 어렵다. 따라서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문장은 AI가 생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변동성 지수는 문장 길이와 구조의 변화 정도를 나타낸다. 인간의 글은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문단 내에서도 리듬의 변화가 크다. 이에 반해 AI의 글은 비슷한 길이의 문장이 반복되고 구조 변화도 적다.
더 세밀한 언어학적 분석을 해보면 AI와 인간 문체의 차이가 더욱 선명해진다. 단어 사용 패턴에서 AI는 형용사, 명사, 대명사를 많이 쓰는 반면, 인간은 동사, 조동사, 접속사, 전치사 등을 활발하게 사용한다. 이는 AI가 명사 중심의 개념적 서술을 선호하고, 인간은 이야기의 흐름에 기반한 문장을 구성한다는 뜻이다.
문장 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AI는 형용사 수식어를 과도하게 활용하고 직접적인 문장을 만드는 반면, 인간은 다양한 구문을 유연하게 활용한다. 이것이 인간 문장을 더 리듬감 있게 만드는 이유다. 문체를 평가할 때는 네 가지 요소가 핵심이다. 첫째, 속도와 리듬이다. AI 문장은 일관된 템포로 진행돼 단조롭지만, 인간 문장은 호흡의 변화가 있다. 둘째, 톤의 차이다. AI는 과도하게 격식적이며 중립적인 톤을 유지하는 반면, 인간은 감정이 실린 자연스러운 톤을 드러낸다. 셋째, 어휘 선택이다. AI는 표준적이고 어려운 단어를 선호하지만, 인간은 독자의 맥락에 맞는 표현을 선택한다. 넷째, 구문에서 인간 문장이 더 복합적이며 다양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독창성이다. AI는 익숙하고 안전한 조언을 반복하며, 결과 중심의 뻔한 구문을 따른다. 인간은 개인의 통찰을 담아 덜 관습적이고 더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정보의 정확성과 문맥 이해 역시 AI 문장의 한계를 보여준다. AI는 종종 출처 없는 인용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역 상황이나 특정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여전히 AI가 따라오기 어려운 영역이다.
AI가 쓰는 문장은 점점 더 유창해지고, 문법적으로도 완벽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체, 특히 감정과 개성,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우리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은 기계가 만든 문장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어떻게 더 인간답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AI와 경쟁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함께 완성해 가는 글쓰기를 생각해야 한다. AI는 빠르고 정확한 초안을 만들어 준다. 인간은 그 위에 감정과 리듬, 경험과 기억을 더해 글을 완성해 나간다. 기계가 만든 문장을 잘 구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문장을 어떻게 살아 있게 만들지 고민하는 일이다. 감정과 맥락, 직관과 표현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시선과 언어, 그리고 이야기가 더해질 때, 비로소 글은 사람에게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