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문현준 작가의 첫 책 『이제 오븐을 켤게요』 이미지=출판사제공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 집에서 작은 오븐을 켜고 반죽을 굽던 시간이, 어느새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일상이 되고, 결국 책 한 권으로까지 이어졌다. 문현준 작가의 첫 책 『이제 오븐을 켤게요』는 바로 그 소박한 출발과 변화를 기록한 베이킹 에세이다.
저자는 2009년, 집에서 혼자 베이킹을 시작했다. 전문 셰프가 될 생각도 없었고, 요리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빵을 굽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 마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2022년부터는 함께하는 베이킹 모임을 열었고, 2023년에는 서울 을지로에 작은 공방을 꾸몄다. 그곳에서 오븐은 단순한 조리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따뜻한 매개가 되었다.
책 속에는 화려하고 복잡한 레시피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누구라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다듬어진 레시피와 그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갓 구운 에그타르트 한 입에서 포르투갈의 기억을 떠올리고, 모카번을 반복해 굽다 붙은 별명 ‘또카번’에서 웃음을 나눈다. 르뱅 쿠키, 사브레 쿠키, 바스크 치즈케이크처럼 특별한 기술 없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들이 등장하며, 그 과정 속에서 빵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이제 오븐을 켤게요』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베이킹을 둘러싼 사람과 공간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냈기 때문이다. 방산시장과 세운상가, 청계천과 우래옥을 오가며 느낀 을지로의 풍경, 공방을 꾸미며 겪은 고단한 순간들, 자영업자로서 마주한 현실의 단면이 솔직하게 기록되어 있다. 작은 반죽이 부풀어 오르듯, 저자의 삶도 천천히 변화해 온 과정을 독자는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운영하는 ‘문토 베이킹 일정’이다. 동호회 애플리케이션 문토(MUNTO)를 통해 100회 넘는 일정을 진행했고, 만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공방을 거쳐 갔다. 홍보도 마케팅도 없이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온 이유는, 단순히 레시피를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굽고 나누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밝힌 말처럼, “재료를 준비하고 배합해서 마지막 포장까지 마치는 그 소박한 홈베이킹”을 위해 그는 늘 세심하게 준비해왔다.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자연스레 오븐을 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따라온다. 이는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관계와 위로를 담은 삶의 기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 오븐을 켤게요』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을 더 소중히 여기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숨 고르듯 읽히는 따뜻한 책이다.
빵을 굽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 마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문현준 작가. 사진제공=더나은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