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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책만남] 인공지능 시대, 강사의 메시지를 지탱하는 철학적 힘-『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 기사등록 2025-09-25 00: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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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코디정 옮김)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오늘날 강사와 교육가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청중의 삶에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이끄는 사명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강사의 목소리가 지니는 가치는 ‘무엇을 가르치는가’보다 ‘어떤 원리로 삶을 바라보는가’에서 나온다.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는 바로 이 질문에 답하는 철학적 보고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처럼 판단을 흉내 내더라도, 스스로 도덕법을 세우고 책임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칸트는 행복이나 다수의 취향 같은 외부 기준이 아니라, 한 개인의 자율적 이성 속에서 보편적 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정언 명령’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도덕법이며, 강사와 교육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세우는 데도 든든한 기초가 된다.



강사의 메시지, 어디서 오는가


강의 현장에서 청중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나 최신 정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강사의 말 속에서 삶을 이끌어 줄 좌우명을 찾고,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이나 상황 논리가 아닌 보편적 기준 위에 서 있기를 바란다. 청중은 강사의 언어가 단순히 귀에 들리는 정보인지, 아니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리에서 비롯된 메시지인지 민감하게 구분해 낸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는 바로 이 지점을 비추어 준다. 칸트가 말한 정언 명령 ― “네 행위의 좌우명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 는 강사의 메시지가 어디서 비롯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강사가 청중 앞에서 던지는 말이 개인적 신념을 넘어 인간 존엄과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에 닿을 때, 그 메시지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울림과 설득력을 가진다.


결국 강사의 메시지는 유행하는 기법이나 화려한 수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살아가는 원리와 그것이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음을 드러낼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이 책은 강사가 청중과 마주할 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원리를 전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번역


이번 번역은 어려운 철학 용어 대신 ‘좌우명’, ‘지식’, ‘경험 무관한’과 같은 친숙한 표현을 사용해 고전의 문턱을 낮췄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칸트의 사유를 따라갈 수 있고, 강의 주제와 메시지에 직접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고전의 무게는 지키면서도, 강사가 자신의 언어로 다시 풀어낼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 번역이다.


이러한 번역의 시도는 역자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번역을 맡은 코디정(본명 정우성)은 에디터이자 언어활동가, 변리사로서, 『괘씸한 철학 번역』(2023)을 비롯해 열 권의 저서를 펴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제2회 정문술 과학저널리즘상(인터넷부문)을 수상했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에서 지식재산법을 강의하는 한편 유튜브 <코디정의 지식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철학적 사유와 언어 감각, 실무적 전문성이 결합된 그의 번역은, 고전을 더 많은 독자들이 삶 속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 강사에게 필요한 책인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인간만이 가진 도덕적 자율성과 책임이다. 강사의 강의도 마찬가지다. 정보와 기술은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청중을 움직이는 도덕적 권위와 신뢰는 강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는 강사가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단단하게 하고, 청중과 공유할 수 있는 철학적 자산을 제공한다.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는 고전이지만 낡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날 강사와 교육자에게, “어떤 원리 위에 내 강의와 삶을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여전히 살아 있는 텍스트다. 이 책은 강사에게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강의와 삶을 지탱하는 철학적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코디정 옮김). 사진제공=더나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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