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
백희나 작가의 『이상한 엄마』를 읽으며, 첫 페이지의 "이런 이런… 흰 구름에 먹을 쏟아 버렸네. 이를 어쩌지?"라는 문장이 주는 묘한 울림에 마음이 사로잡혔다. 단순히 구름에 먹물을 쏟았다는 상황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마주하는 예측 불가능한 관계의 시작을 은유하는 듯했다.
마치 깨끗한 도화지에 예기치 않은 얼룩이 생기듯, 우리의 삶은 수많은 사람, 환경, 그리고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형성되는 것임을 이 첫 문장은 조용히 일러주고 있었다.
나 또한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직장 생활을 이어오며, 쉬는 시간 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했다. '이상한 엄마' 속 이야기처럼,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관계의 그물을 엮어 나갔다. 아이들은 그런 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고마워하는 법을 배웠고,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쁨, 슬픔, 갈등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한 뼘씩 성장했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관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악마' 같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한 명의 어른으로, 그리고 어른들은 진정으로 '더 어른다워지는' 존재로 거듭난다고 믿는다.
『이상한 엄마』는 바로 이러한 관계의 중요성을 따뜻하고 환상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픈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이상한 엄마'의 모습은 아이에게는 희망과 호기심이라는 상상력을, 부모에게는 진정한 돌봄과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어쩌면 어린아이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은 "엄마, 할머니가 왜 몸이 작아졌어?" "엄마, 저 할머니는 왜 이상해?"와 같은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이야말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상한 엄마』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넘어, 삶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또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영감을 던져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