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책 읽는 나라 운동』인천시 미추홀구지부 변향미 지부장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삶의 방향을 잃은 순간마다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결국 책이었다.”
인천 미추홀구지부 변향미 지부장이 오랜 시간 교육 현장을 지켜보며 마음에 새긴 말이다. 수많은 얼굴과 삶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는 책이 사람을 단번에 바꾸지는 않지만, 다시 걸어갈 힘을 조용히 건네는 존재임을 알게 됐다.
그에게 독서는 여가나 학습의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책은 흔들리는 순간마다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동반자에 가깝다.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마다 책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다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었다. 변 지부장이 독서를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책에서 길을 찾다, 현장에서 확신을 얻다
변향미 지부장은 지인의 소개로 김을호 교수를 알게 되었고, 그 인연을 계기로 「책 읽는 나라 운동」과 연결됐다. 처음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운동의 취지는 그가 교육 현장에서 줄곧 고민해 온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업과 상담, 강의의 시간을 거치며 마음속에 쌓여 온 생각들이 이 운동을 통해 하나의 방향을 갖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평생교육 현장에서 변 지부장은 다양한 연령과 서로 다른 삶의 이야기를 지닌 학습자들을 만나왔다. 삶에 지쳐 잠시 멈춰 선 사람도 있었고,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쉽게 발을 떼지 못하던 사람도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채 교실 문을 열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장면들 속에서 그는 책 한 권이 사람의 생각을 조금씩 움직이고, 그 변화가 말과 태도, 선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그는 한 가지 공통된 장면을 자주 떠올리게 됐다. 독서는 정보를 더하는 시간이라기보다,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었다. 말로 건네기 어려운 위로와 질문을 책이 대신 전해 주는 순간도 많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그는 독서가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삶과 관계, 나아가 공동체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느끼게 됐다.
「책 읽는 나라 운동」, 사람을 회복하는 교육
변향미 지부장에게 「책 읽는 나라 운동」은 독서를 권하는 활동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을 통해 사람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회복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생각할 여유를 잃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런 환경일수록 책을 앞에 두고 천천히 읽고, 한 문장을 곱씹는 시간이 더 소중해진다고 느껴왔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학습자들 역시 비슷했다. 책을 읽으며 바로 답을 찾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꺼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표정과 말투가 조금씩 달라졌다. 변 지부장은 그 변화를 지켜보며 독서가 누군가를 앞서가게 하기보다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한다.
그는 이 운동을 ‘삶을 대신 살아주는 해답’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삶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실천으로 받아들인다. 아이들에게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습관을, 청년에게는 방향을 가늠할 시간을, 중장년과 노년에게는 지나온 삶을 다시 들여다볼 여유를 건네는 일이다. 변 지부장이 말하는 ‘책 읽는 나라’는 그렇게 각자의 속도로 삶을 읽어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사회를 뜻한다.
변향미 지부장은 ‘책 읽는 나라’는 각자의 속도로 삶을 읽어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사회를 뜻한다고 말한다. 사진=변향미 지부장 제공
강의실에서 생활 속으로, 독서를 확장하다
변향미 지부장은 현재 백석문화대학교에서 독서와 글쓰기,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수업에서 독서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말로 풀어내며, 다시 일상의 선택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생들은 책 앞에서 서두르지 않는다. 질문을 만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독서코칭과 부모교육, 성인학습자 프로그램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변 지부장은 독서가 누군가를 앞서가게 하기보다, 각자의 속도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얼마나 읽었는가’보다 ‘무엇이 마음에 남았는가’를 묻는다. 책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대화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연습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앞으로 그는 강의실에 머무르지 않는 독서를 구상하고 있다. 가정과 일터, 지역으로 이어지는 독서 활동,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독서 기반 성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변 지부장은 책을 삶을 대신 이끌어 주는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 방향을 정해 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 남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의 독서가 늘 ‘생활’로 향하는 이유다.
변향미 지부장은 가정과 일터, 지역으로 이어지는 독서 활동,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독서 기반 성장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사진=변향미 지부장 제공
삶의 방향을 바꾼 한 권
변향미 지부장의 삶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책으로는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가 꼽힌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잘 산다’는 것이 더 많이 알고, 더 잘 해내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했다고 말한다. 대신 더 많이 흔들리고, 그럼에도 다시 사람을 믿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로 살아가는 일이 삶을 지탱한다는 것을 이 책이 조용히 일깨워 주었다고 회상한다.
평생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을 만나며 그가 자주 느낀 것은, 사람들은 정답보다 위로를, 기술보다 마음을 먼저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잘 가르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들, 사랑하고 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막막했던 시간들 속에서 이 책은 그에게 다그치지 않는 언어로 말을 걸어왔다. 시도하다가 실패할 수 있고, 기대하다가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배우는 선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교육자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그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는 변 지부장에게 한때 읽고 지나간 책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가다듬을 때마다 꺼내 드는 문장들의 모음이 되었다. 지금도 그의 강의와 글쓰기, 독서코칭에는 이 책이 전하는 결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사랑을 설명하기보다 살아내고, 배움을 말하기보다 계속 배우는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태도, 그것이 그가 이 책을 ‘삶의 방향을 바꾼 한 권’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변향미 지부장이 삶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은 책으로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를 꼽았다. 책표지=출판사 제공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기를
변향미 지부장은 지회 회원과 시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와 변향미 외 『늦어도 괜찮아, 성장하고 있으니까』를 꼽는다. 두 책은 방향은 다르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독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굿 라이프』는 흔히 말하는 ‘행복한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건넨다. 기분 좋은 순간만을 좇느라 놓치기 쉬운 몰입의 시간, 의미를 만들어가는 일상, 그리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가 결국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변 지부장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행복해져야 한다는 압박” 대신, 각자의 삶을 어떤 틀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차분히 점검해 볼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지금의 삶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이들에게 부담 없이 곁에 둘 수 있는 책이라는 설명이다.
『늦어도 괜찮아, 성장하고 있으니까』는 보다 생활 가까이에서 말을 건넨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뒤늦게 박사과정을 시작한 다섯 명의 동료들이, 거창한 결심이 아닌 작은 습관으로 하루를 버티고 성장해 온 기록을 담았다. 변 지부장은 이 책이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더 진하게 다가간다고 말한다. 지금 속도가 느리다고 느끼는 사람들, 꾸준함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다.
변 지부장은 두 책 모두에게서 공통된 메시지를 읽는다. 행복도 성장도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반복되는 선택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독서를 통해 더 빨리 가기보다는, 자기 삶의 속도를 다시 확인해 보길 권한다. 함께 읽고,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 그것이 그가 독서 운동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장 현실적인 변화다.
변향미 지부장이 지회 회원과 시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와 변향미 외 『늦어도 괜찮아, 성장하고 있으니까』를 꼽았다. 책표지=출판사 제공
변 지부장은 고령화 사회와 AI 기반 미래사회로의 빠른 변화 속에서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독서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가정에서, 일터와 조직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변화와 성장을 위해 책 읽는 나라 운동에 함께해 달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책 읽기는 거창한 결심에서 출발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 몇 쪽, 한 문장이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그 경험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태도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한 작은 독서의 실천이 모일 때, 우리 사회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따뜻하게 공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책으로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잇는 변향미 지부장의 발걸음은 오늘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