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책 읽는 나라 운동』 양구군 국토정중앙면분회 백현진 분회장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강원도 양구. 국토의 정중앙이라는 이름처럼 묵직한 상징을 품은 이 지역에서, 책으로 사람을 만나고 교육으로 삶의 방향을 함께 그려가는 사람이 있다. 양구군 국토정중앙면분회 백현진 분회장이다.
그는 독서를 ‘혼자만의 취미’로 두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생각을 깨우고, 그 생각이 다시 공동체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 읽는 나라 운동’을 말할 때도 그는 캠페인보다 ‘연대’를 먼저 떠올린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질문을 품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백현진 분회장의 이야기는 바로 그 조용하지만 단단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같은 방향을 향해 걷게 한 한 권의 책
양구군 국토정중앙분회 백현진 분회장이 독서의 의미를 다시 깊이 마주하게 된 출발점에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손에 들어온 김을호 교수의 『결국 독서력이다』는 그의 일상에 조용한 질문을 던졌다. 책을 읽지 않는 일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시대, 빠르게 소비되는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생각할 시간마저 흘려보내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독서를 멀리하게 된 것이 개인의 나태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 읽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독서가 취향이나 교양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버텨내기 위한 힘이라는 책의 메시지는 그에게 낯설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후 지역에서 열린 작가 강의는 책 속 문장을 삶의 이야기로 이어 주었다. 독서력은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능력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자신의 삶을 선택해 가는 힘이라는 설명은 그가 그동안 막연히 느껴왔던 감정을 또렷한 언어로 정리해 주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깊이 읽고 천천히 사유하는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게 했다. 읽는다는 행위가 개인의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공동체의 방향까지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이때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백현진 분회장에게 ‘책 읽는 나라 운동’은 하나의 활동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같은 질문을 품고 같은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이 되었다.
꿈샘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백현진 분회장은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시상식]에서 '독서동아리대상' 서울시의회 의장상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백현진 분회장 제공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 지역에서 실천하다
백현진 분회장이 바라보는 독서의 가치는 교육 현장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그는 꿈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교육협동조합 활동을 이어가며,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과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이 함께 배우는 지역 교육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정 연령이나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삶의 단계마다 필요한 배움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의 교육 현장에서는 늘 질문이 먼저 놓인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수업보다는, 각자가 느낀 생각을 말로 풀어내고 서로의 해석을 듣는 시간이 중요하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배움은 경쟁이 아닌 대화가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고, 어른들은 오랜 시간 미뤄두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 놓는다. 백 분회장은 이 과정을 통해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키워주는 일임을 확인해 왔다.
이러한 교육 철학의 중심에는 독서가 있다. 그가 믿는 독서의 힘은 책을 많이 읽는 데 있지 않다. 한 문장을 천천히 곱씹고, 자신의 삶과 연결해 보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 자체에 있다. 책은 늘 하나의 답을 주기보다, 각자의 삶에 맞는 질문을 남긴다. 백현진 분회장이 지역에서 만들어 가는 교육은 바로 그 질문을 소중히 다루는 시간이다. 그렇게 독서는 그의 교육 현장에서, 사람을 성장시키고 지역을 단단하게 잇는 가장 조용하지만 깊은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백현진 분회장은 꿈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교육협동조합 활동을 이어가며, 유아부터 청소년, 성인과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이 함께 배우는 지역 교육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사진=백현진 분회장 제공
최저비용 최고의 여행, 독서라는 선택
백현진 분회장의 삶에 오래 남아 있는 책은 코비 야마다의 그림책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다. 그는 이 책을 단순한 아동 그림책으로 보지 않는다.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지켜내는 아이의 이야기는, 어른이 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고 접어 두는지를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 부끄럽다고 숨겨 버릴 수도 있었던 생각을 믿고 키워 나갈 때, 그 생각이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는 백 분회장이 현장에서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아이에게 찾아온 작은 ‘생각’이 애정과 관심 속에서 자라나듯, 한 사람의 생각 역시 존중받을 때 비로소 가능성이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따뜻하게 보여준다.
그가 함께 권하는 김을호 교수의 『결국 독서력이다』는 이 ‘생각’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글을 읽고도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현실을 짚으며, 독서가 왜 훈련이고 왜 루틴이어야 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백 분회장은 이 두 책이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은 저절로 자라지 않으며, 독서는 그 생각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백현진 분회장이 추천하는 책으로 코비 야마다의 그림책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김을호 교수의 『결국 독서력이다』를 꼽았다.그래서 그는 독서를 이렇게 표현한다. “3만 원이면 세계여행을 할 수 있고, 3만 원이면 다른 사람의 삶을 잠시 살아볼 수도 있다.” 경험하지 못한 인생을 미리 살아보고,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키워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라는 뜻이다.
양구군 국토정중앙면분회에서 시작된 그의 독서 여정은 오늘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읽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역과 삶은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