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기자
[조재옥의 AI인사이트] 생각까지 대신해 주는 시대, 인간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미지제공=생성형AI
[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요즘 강의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AI가 다 해준다”는 것이다. 기획안도, 보고서도, 심지어 강의 개요까지 몇 줄의 입력만으로 완성된다. 과거라면 며칠을 붙들고 씨름했을 작업이 이제는 커피 한 잔 식기 전에 끝난다. 교육과 학습의 효율이 극적으로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편리함 속에서, 다른 변화도 함께 목격된다. 결과물은 점점 매끄러워지는데, 그 과정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말은 유창한데 사고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지식은 빠르게 유통되지만, 내면에 축적되지 않는다.
사고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
이 현상을 단순히 기술 의존이라 부르기엔 부족하다. 더 정확한 표현은 사고의 위임이다. 생각하는 일을 스스로 처리하지 않고, 외부 도구에 맡기는 상태다. 편리함은 늘 위임을 유혹한다. 계산기가 계산을 대신했고, 내비게이션이 길 찾기를 대신했듯, 이제는 AI가 사고의 일부를 대신한다.
문제는 생각이 근육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사용하면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읽고 이해하고, 구조를 짜고, 표현을 고치는 일련의 과정은 사고력을 단련하는 반복 훈련이다. 이 과정을 건너뛴 채 결과물만 소비하면, 머릿속에는 성취감 대신 공백만 남는다.
교육 현장에서 종종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자료는 훌륭한데,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멈춘다. 이는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식을 자기 언어로 소화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질문하는 사람과 복사하는 사람의 차이
AI 시대에 가장 빠르게 벌어지는 격차는 정보량의 차이가 아니다. 질문의 깊이다. 같은 자료를 보더라도 “이게 왜 중요한가”를 묻는 사람과 “이걸 어디에 쓰면 되나”만 생각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한다.
독서 교육과 강사 훈련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다. 내용을 요약한 사람보다, 그 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훨씬 오래 기억한다는 점이다. 질문은 사고를 활성화하는 스위치다. 질문이 없는 학습은 저장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태도가 있다. 이 칼럼이 반복해서 강조해 온 주도적 사고다. 기술을 거부하지 않되, 사고의 결정권만큼은 넘기지 않는 태도다. AI의 문장을 그대로 쓰는 대신, 한 문장이라도 다시 고쳐 쓰는 습관. 그 미세한 차이가 사고의 소유권을 가른다.
강사의 시대, 인간의 경쟁력
강사와 교육자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요구된다. 정답을 알려주는 강의보다, 질문을 남기는 강의가 오래 살아남는다.
AI는 빠르고 정확하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맥락을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 역할을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기술의 사용자에서 소비자로 밀려난다.
편리함은 언제나 즉각적인 보상을 준다. 반면 사고는 느리고 불편하다. 하지만 교육과 성장의 본질은 늘 그 불편함 위에 세워져 왔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시대가 지금이다.
AI는 생각을 대신해 줄 수 있지만, 생각하는 인간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